머지 성공한 이더리움, 중앙화 논란 돌파 가능할까

머지 성공한 이더리움, 중앙화 논란 돌파 가능할까

머지 성공한 이더리움, 중앙화 논란 돌파 가능할까

 

이더리움 ‘더 머지’ 관련 일러스트. (출처 : 이더리움 재단)

글로벌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더 머지(The Merge)’ 업데이트가 지난 9월 15일 완료됐다. 더 머지 업데이트란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을 기존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 변경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우선 네트워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었다. 크립토탄소연구소(CCRI) 보고서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머지 업데이트 이후 에너지 사용량이 99.988% 감소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ESG 열풍을 감안했을 때 이더리움은 향후 선진국들이 내놓는 각종 암호화폐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느린 속도와 높은 수수료도 순차적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샤딩, 롤업 등의 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확장성을 높여주는 ‘더 서지(The surge)’ 업데이트를 오는 2023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업데이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롤업과 데이터 압축 등을 통해 이더리움의 초당 거래 처리 속도는 최대 6000TPS로 늘어날 수 있다. 더 머지는 네트워크에 이렇다 할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 않지만, 더 서지의 사전 단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셈이다.

종합하면 이번 업데이트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비용으로 이더리움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단행된 것이다.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발간한 저서인 ‘지분증명(Proof of Stake)’에서도 이러한 지분증명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크립토 업계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중앙 집중식의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기성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작업증명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생성 비용이 너무 높아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용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야 하고, 지분증명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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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화 논란 불거진 이더리움, 지분증명에서는 위험성 더 커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들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리도 파이낸스. (출처 : 리도 파이낸스 블로그)

그럼 지분증명은 그저 바람직하기만 한 변화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번 업데이트와 관련해 가장 강력하게 제기됐던 우려는 중앙화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중앙화 위험이란 현재 특정한 주인이 없는 이더리움 플랫폼에 실질적인 주인이 생기고, 사용자들의 금융 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지분증명 방식은 얼마나 많은 코인을 플랫폼에 스테이킹(staking)했느냐에 따라 더 많은 블록 생성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코인을 매입하면 어렵지 않게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는 위험성을 깔고 있는 알고리즘이라는 얘기다.

이더리움의 경우 머지 이전에는 누구나 원하면 그래픽카드 등의 도구를 이용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생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분증명으로 변경된 이후 이런 방법으로는 더이상 블록체인 채굴에 참여할 수 없다. 지분증명에서 이더리움 채굴을 하려면 최소 32개의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고 까다로운 노드 운영 조건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이더리움 투자자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테이킹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들의 입김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머지 업데이트 이후 스테이킹 서비스 기업들의 블록 점유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머지 업데이트 당일인 15일 몇 시간 동안 전체 네트워크 블록의 40% 이상이 스테이킹 서비스 기업인 리도 파이낸스(LIDO Finance)와 코인베이스(Coinbase)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중 리도 파이낸스는 10월 들어서도 블록 점유율을 30% 넘게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거래 내역을 숨겨주는 토네이도 캐시 서비스. 자사 서비스의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출처 : 토네이도 캐시 블로그 )

이렇게 소수의 기업들이 이더리움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면 이전에는 없었던 검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8월 불거졌던 토네이도 캐시 논란도 비슷한 경우다.

토네이도 캐시는 이더리움 거래를 익명화시켜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서비스인데,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 서비스를 특명지정제제대상(SDN) 명단에 추가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의 후원을 받는 해킹 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 등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토네이도 캐시가 2019년 설립 이래 70억달러가 넘는 암호화폐 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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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외자산통제국은 토네이도 캐시 솔루션과 스마트컨트랙트, 토네이도 캐시 관련 이더리움 지갑 주소들까지 모두 제제대상에 올렸다. 일단 제제대상이 되면 이들과 거래하는 사람들도 미국 법정에서 벌금형이나 심하면 징역형을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유니스왑(Uniswap), 에이브(AAVE) 등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유명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코드를 수정해 토네이도 캐시와 관련된 주소와의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가총액 2위 스테이블 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사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더리움 인프라 기업인 인퓨라(Infura)와 알케미(Alchemy)도 자사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토네이도 캐시를 쓸 수 없게 설정했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마음 먹으면 이더리움을 사용하는 상당수의 사용자를 실질적으로 검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중앙화 논란 생길 때마다 가격 악영향 가능성도

이더리움은 이번 머지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공사를 마쳤다.

향후 예정된 업데이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마도 가장 대중화에 근접한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전문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동시에 중앙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높은 탈중앙성과 검열 저항성이 매력인 이더리움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이다.

그동안의 움직임을 봤을 때 중앙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더리움 가격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도 높다.

비탈릭 부테린은 저서 <지분증명>에서 이러한 부작용들을 사용자 커뮤니티를 통해 완화하는 방안을 꿈꾼다.

탈중앙성이 훼손되고 이더리움의 철학에 위배하는 결정이 이뤄지거나 특정 소수가 플랫폼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그 본래 취지를 지키는 방향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방식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얘기지만 지분증명을 도입한 다른 알트코인 블록체인에서 그런 풍경이 발생한적은 없다.

실제로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그렇게 대응할지, 부테린처럼 생각하는 이더리움 홀더들이 얼마나 많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중앙화 논란을 돌파하는 이더리움의 솜씨를 구경할 시간이다.

필자: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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