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알아야 할 비트코인 기술특성 5가지
8000개 넘는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만 독보적인 이유
비트코인이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기관들의 유동성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비트코인을 강하게 비판해 온 비평가들조차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세상에 나온 지 12년밖에 안 된 비트코인을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게 됐다.
적어도 지난 3년이란 시간 동안 비트코인이 아직 건재하단 사실이 증명됐다.
가장 낙관적인 비트코인 지지자들에겐 ‘비트코인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라는 믿음이 더욱더 굳건해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유명 보험기금이나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들이 다른 투자 상품이나 암호화폐보다도 유독 비트코인만 사들이는 이유가 뭘까?
비트코인은 이전의 수많은 전례와 시행착오들을 기반으로 수십년간의 암호화 기술과 연구를 모아 놓은 집약체다.
비트코인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여러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완전한 혹은 완전에 가까운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현한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이 최초였다.
비트코인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서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독보적인 암호화폐가 될 수 있었던 기술적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보려 한다.
1.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화폐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 거래 내역은 비공개로 암호화되지 않는다.
사실상 공개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스템은 공개키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공개키 암호화 기술이란 디지털 키 시스템의 복잡한 수학 연산을 활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없는 사람은 해당 데이터를 볼 수 없도록 데이터를 비공개화하는 컴퓨터과학 분야를 일컫는다.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공개키(비트코인을 전송받을 때 쓰이는 공개 주소를 생성할 수 있음)와 개인키를 각각 하나씩 갖게 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개키는 공유할 수 있고, 개인키는 반드시 비공개로 저장해야 한다.
개인키가 공개되면 비트코인을 도난당할 수 있는데, 이에 관해선 뒤에서 더 설명하기로 한다.
개인키는 보유한 비트코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
엄밀히 말해 비트코인 지갑은 개인키를 저장하지 비트코인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상에 존재하며,
지갑 안에 든 키가 있어야 이용자들은 그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키는 거래를 승인할 때도 필요하다.
비트코인을 보내려면 거래하는 상대방의 공개 주소가 있어야 한다.
PGP(Pretty Good Privacy) 암호화 방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비트코인 거래가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GP 기술에서 암호화된 통신 기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원리가 비트코인 코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차이점이라면 메시지 대신 비트코인 화폐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는 거다.
비트코인을 대문자 B로 쓰면 비트코인 기술이나 프로토콜을 뜻하고,
소문자 b를 쓰면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개인간(P2P) 전송 방식으로 거래되며,
특유의 채굴 프로세스(뒤에서 설명할 것임) 때문에 제3자가 거래를 방해할 수 없게 돼 있다.
2. 비트코인은 검열 저항성을 지닌 개방형 블록체인이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엔 포용성이란 특징이 있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비트코인을 개발했을 때
그는 개방형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말은 누구나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해 가치를 보유하고 전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또 검열 저항성을 지닌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이는 그 누구도 이용자의 네트워크 참여와 거래를 막을 수 없단 뜻이다.
누구도 이용자 지갑 안에 든 비트코인을 동결하거나 비트코인 거래를 막을 수 없다.
비트코인 거래가 처리되는 방식 때문에 중앙의 어떤 주체도 결제를 통제할 수가 없다.
페이팔(PayPal)이나 벤모(Venmo) 등과 같은 전자송금 서비스와 달리
비트코인은 앞서 언급한 암호화 기술로 인해 돈을 주고받는 사람 간에 직접 결제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위한 올인원 지갑과 서버 역할을 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다.
적합한 하드웨어만 갖추면 누구든지 이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아 운영할 수 있다.
비트코인 코어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거래 원장 사본을 보관하고,
네트워크 안에 있는 다른 서버에 거래 내역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풀 노드(full node)를 운영한다는 건 비트코인 프로토콜 관리에 있어서 궁극의 활동을 뜻한다.
비트코인 원장 전체에 대한 감사를 직접 수행하고, 자신이 하는 거래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 노드를 운영하지 않아도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네트워크를 제한 없이 이용하면서
본인의 개인키를 관리하는 지갑을 사용할 수 있다.
단, 거래를 알리려면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네트워크 노드를 신뢰해야 한다.
3. 비트코인 거래는 영원하다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의 기록을 보관하는 디지털 원장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변경이 불가능하다.
중앙에 있는 주체가 함부로 변경할 수도 없고,
네트워크를 조작해 보유하지도 않은 코인을 쓰는 일이 일어날 수도 없다.
비트코인 거래는 채굴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기록되고 처리된다.
여기서 채굴자란 장비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유지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채굴자들은 채굴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데, 이를 ‘블록 보상’이라 한다.
블록체인 시퀀스에서 새로운 블록을 찾아내 그 안에 미처리 상태의 최근 거래를 기록하는 채굴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을 뜻한다.
채굴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채굴에 얼마나 많은 (전기 등) 에너지가 들어가는지도 잘 알 것이다.
이는 모두 치열해진 채굴 경쟁 때문인데, 비트코인 가격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이렇듯 치열한 경쟁과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구조가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거래는 처리하지만, 거래 원장에는 간섭하지 않도록 채굴자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채굴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대규모 채굴업체의 경우 하드웨어와 운영비로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
어떤 채굴자가 거래를 조작한다고 했을 때, 이미 블록체인에 기록된 비트코인 거래를 변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네트워크 내 전체 채굴자의 절반가량이 한 작업보다 더 많은 양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거래 시점이 오래됐을수록 작업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공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지 설명하자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매년 소비하는 전력량은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정도의 국가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따라서 3년 전에 있었던 거래 한건을 변경하려면 수억달러의 비용이 든다.
이론상으론 거래를 되돌리고 다시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채굴 방식 하에서 채굴 비용을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역사상 지금껏 단 한 번도 롤백이 실행된 적이 없다)
4. 비트코인은 사실상 몰수가 불가능하다
물론 이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코인이 도난당하거나 몰수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예방 대책을 취한다면 비트코인은 사실상 몰수가 불가하다.
개인키나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비밀번호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잘 보관만 한다면 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러 기기에 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눠 놓는 ‘다중서명 지갑’을 설정할 수도 있다.
또 이용자의 코인이 몰수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가짜 비밀번호를 입력해 빈 계좌를 보여주는 안전 기능을 갖춘 지갑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12~24자로 구성된 비밀문구를 만들어 개인 키를 외운 다음,
지갑을 없애고 대신 머릿속에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다시 접속하려면 아무 지갑이나 다운받아(웬만한 지갑들은 이 비밀문구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외워둔 비밀문구를 입력하고
브레인지갑(brainwallet) 속에 든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다.
비밀문구를 종이에 적거나 극단적인 경우 금속판에 적어 악천 후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아니면 암호화시켜 USB에 담거나 인터넷 연결이 불가한 컴퓨터인 에어갭 노트북 안에 보관할 수도 있다.
인공위성이나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를 통해 인터넷 없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도 있다.
5. 비트코인은 탈중화된 디지털 통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은 P2P 결제 네트워크이자 개인들의 디지털 은행이다.
비트코인 경제는 코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거래를 처리하고 유통될 비트코인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채굴자들,
네트워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거래를 알리는 노드 운영자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업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관련자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비트코인 경제는 자율 조절이 가능하다.
4년을 주기로 반감기를 통해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 수를 줄이는 메커니즘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향후 100년에 걸쳐 마지막 비트코인이 채굴될 때까지 채굴 보상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 반감기가 있어 비트코인 총공급량이 2100만개를 넘지 않을 수 있으며, 가격 상승률도 예측할 수가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백서 제목을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고 지었다.
보수적으로 봐도 이후 비트코인은 실제 현금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비트코인이 통화로 사용될 목적을 가지고 개발된 것이란 신호로 해석한다.
그런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현재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같은 새로운 확장성 기술들이
거래를 더 저렴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정해진 용도가 없다.
스퀘어(Square)나 마이크로스트레터지(MicroStrategy) 같은 기업들은
기업의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보관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을 검열 저항성을 지닌 개방형 네트워크로 만드는 요소들로 인해
비트코인이 권력을 남용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반정부 세력을 후원하는 매력적인 기부 수단이 되거나,
금융 제재 대상이 되는 국가 또는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금융 생명줄이 되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이 범죄자들에게 매력적인 기술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네트워크 전체 이용자 중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게 따지면 범죄자들이 현금을 사용하는 것도, 현금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공개적으로 이뤄지므로 불법 거래의 책임을 잘못이 없는 거래자 탓으로 돌리지 않기보다 쉽다.
물론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거래의 흔적을 추적하기 힘들게 만드는 프라이버시 기술들도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은 이용자 자유와 금융의 자유라는 원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서부터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지갑, 프로토콜 등 개발자들이 비트코인의 기능성과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발하는 제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밖에도 알아야 할 정보들이 무궁무진하다.
비트코인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코인데스크가 정리한 “비트코인은 무엇인가”를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