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90%
옥석 가리기 본격화할 듯
입력2021.05.09. 오후 5:09
이태규 기자김지영 기자
■ ‘잡코인’ 도미노 상폐 오나
해외보다 알트코인 개수 많아
자금 세탁·투자자 보호에 취약
은행, 실명계좌 무기로 구조조정
#비트코인 #알트코인 #도지
[서울경제]
은행연합회가 은행의 거래소 실명 인증 계좌 평가 때 암호화폐 개수를 평가하는 항목을 둔 것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아
자금 세탁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경우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복제해
만들어지는데 암호화폐의 용도, 기술적 배경, 발행량 등을 담은
백서조차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시세 조작, 허위 공시 등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돼 있다.
특히 자금 세탁에도 활용돼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 계좌를 개설해줬다가 동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난립한 암호화폐 옥석 가리기 시작=현재 은행과 실명 인증 계좌 제휴를 맺은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 중 코빗을 제외한
업비트·빗썸·코인원에는 150개가 넘는 코인이 상장돼 있다.
거래소가 암호화폐 상장 시 나름의 잣대로 심사를 한다지만 통일된 규정이 없어 빈틈도 많다.
국내 중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거래되는 코인 중에는 ‘굳이’ 이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들이 있긴 하다”며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규모만 따져 잡코인을 걸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100개도 채 안 되는 코인을 취급하는 외국 거래소와 단순 비교하기보다 개별 코인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암호화폐를 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은행과 제휴하지 못한 거래소에서도 많게는 수백 개의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사업자는 약 23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이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자는 전국적으로 227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거래소가 많지만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보관·관리소 등도 포함됐다.
다만 소관 부처가 불분명해 이 같은 수치도 정확하지는 않다.
국세청도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계좌를 제공하는 각 은행에서 간접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사업자는 세무 당국에 통신판매업이나 전자상거래업,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의 업종으로 등록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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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인 도미노 폐지 땐 투자자 피해 불 보듯=은행연합회의 지침이 거래소에 실제로 적용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보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거래된 암호화폐 거래액 중 비트코인은 9억 338만 달러(약 1조 122억 원)로 전체의 4.26%에 그쳤다. 반면 알트코인은 203억 762만 달러(약 22조 7,547억 원)에 달했다.
같은 시각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코인베이스프로에서는 비트코인이 10억 2,222만 달러(약 1조 1,454억 원)로 거래액 비중이 전체의 14.8%를 차지했다.
업비트에서의 24시간 알트코인 거래 비중을 보면 도지코인 28.5%, 이더리움 클래식 15.74%, 이더리움 9.39%, 퀀텀 7.49%, 리플 3.68% 등이었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지코인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거래되는 암호화폐는 변동이 없겠지만 그 외의 것들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업비트에서만 굵직한 알트코인 외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100여 개의 암호화폐가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어치씩 거래되고 있다.
◇“코인 거래용 계좌 왜 안 만들어줘” 은행원도 고충↑=암호화폐거래소의 자금 세탁 방지 평가를 앞두고 은행 또한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거래소와 제휴해 실명 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에서는 코인 거래 목적의 계좌 개설을 요구하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힘들다는 은행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18년 금융 당국의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용도로는 신규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지침에도 거래소와 제휴를 맺었으니 무조건 계좌를 개설해달라는 고객부터 거짓으로 월급통장용이라고 한 뒤 나중에 코인 거래용임을 실토하는 고객 등 때문에 은행원의 고충이 크다는 것이다.
A은행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제휴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상당하고 향후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자금 세탁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모두 커져 은행에 입장을 정해달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와 연결된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펌뱅킹 이용 수수료로 50억 4,100만 원을 받았다. 빗썸·코인원과 제휴한 NH농협은행은 16억 3,300만 원, 코빗과 제휴한 신한은행은 1억 4,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태규 기자 [email protected], 김지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