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양측이 주장하는 쟁점은
가상자산 가운데 시가총액 3~4위를 넘나들던 리플(Ripple)사가 발행한 리플(XRP)이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라는 철퇴를 맞았습니다.
리플(XRP)은 신속·편리하고 저렴하게 국경 간 지급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는데요.
XRP가 증권(Security)에 해당되는 만큼 XRP를 발행하고 판매·
거래한 리플이 이를 미리 등록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 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미 SEC는 이 같은 의혹을 근거로 리플사(社)와 리플을 이끌고 있는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라센을 사법당국에 고소했습니다.
물론 기소만으로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며 생사가 걸린 리플은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XRP와 이와 유사한 여타 가상자산들이 위기를 맞았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SEC는 XRP가 증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리플 측은 XRP가 일종의 화폐이거나 대체자산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법원이 가려야 할 영역이지만,
우리는 양측이 주장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증권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건 지난 1946년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따르고 있습니다.
하위 테스트는 크게 4가지 기준으로 돼 있는데,
1)자금 투자가 이뤄지고(Investment of money)
2)그 자금이 공동사업에 투자되고(In a common enterprise)
3)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4)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된다(From the efforts of others)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1)과 2)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해당되기 때문에
나머지 3)과 4)가 주로 증권형 토큰인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현재 발행된 XRP는 총 1,000억 개로,
이중 550억 개는 리플이 보유하면서 분기마다 일부 판매해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SEC는 “리플이 XRP를 팔면서 여러 잠재적인 용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용도는 존재하지도 않고 사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XRP를 사용하려는 금융회사들도 다른 대안보다 비용상 더 비싸지만
리플 측이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XRP를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SEC는 지난해 하반기에 하위 테스트 3)과 4)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 판단을 가늠할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그 세부 기준으로
△토큰 보유자가 유통시장에서 이를 팔아 이익을 얻거나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지
△팀의 노력으로 토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지
△팀이 네트워크 개발과 운영을 책임지는지
△팀이 토큰 생성과 발행을 관리하는지
△탈중앙화 네트워크와 토큰이 이미 다 개발돼 기능하고 있는지
△토큰 가치가 일정하거나 감소하도록 설계돼 합리적 구매자라면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지 않을 것인지
△투자수단보다는 사용으로 토큰이 홍보되는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사실상 XRP를 관리하는 리플이라는 회사가 존재하고, XRP 보유자들이 유통시장에서
이를 팔아 이익을 내고 있는 데다 여전히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아닌 XRP의 경우 증권으로 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리플 측은 리플이라는 회사의 주식이 별도로 존재하고,
그 주식의 주주가 따로 있기 때문에 XRP는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즉, 리플 주식을 가진 주주들만 리플 이익을 공유하거나 배당을 받을 뿐 XRP 보유자들은 이와 무관하다는 겁니다.
XRP 가격도 리플의 사업활동보다는 다른 가상자산에 연동돼 움직인다고 주장합니다.
코리 존슨 리플 수석 시장전략분석가도 “XRP는 증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XRP 원장은
분산화돼 있고 리플 랩스(Ripple Labs)는 XRP로부터 명백히 독립된 기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갈링하우스 CEO는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가 이미 지난 2015년에 XRP를 가상자산으로 결론
내렸고 주요 20개국(G20) 규제 당국도 같은 판단을 내렸는데,
왜 SEC만 이를 증권으로 보느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이 100% 옳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증권 여부를 가릴 기준이 다소 애매모호한데다 양 측 견해가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맞지 않기 때문이죠. 생사를 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 리플은 모든 것을 걸 것이며,
따라서 법정 소송은 장기화될 수 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 덕에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만,
SEC로 인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이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