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신화와 현실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 논문을 공개하고
이를 구현했을 당시만 해도 1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천 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7년 말에는 국내에서 1 비트코인 당 2천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동시에 다른 국가의 거래 금액보다
수십 % 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정도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김승주 교수의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비트코인이 존재할 수 있었던
중요한 핵심요소인 블록체인과 이더리움을 간단히 살펴본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른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가상화폐?
많은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언급하면 비트코인을 가장 먼저 떠올릴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을 최초의 가상화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초의 가상화폐는 네덜란드의 암호학자인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 1988년에 제안한 디지털 화폐입니다.
익명성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은 인터넷 상거래 시 신용카드 사용 추적이 불가능한 화폐를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 DigiCash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최초의 디지털 화폐(또는 가상 화폐)’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상화폐의 특징에는 익명성, 양도성, 재사용방지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여기에 블록체인을 이용한 분산처리 메커니즘을 도입하면서 중앙 관리자(은행)의 역할을 배제한 새로운 가상화폐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비트코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통화량 조정 등을 담당하는 은행의 기능을 없애면서도 개별 이용자의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역할을 맡길 누군가를 필요로 했는데요, 그 역할을 수행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비트코인에 적용하였습니다.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은행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즉,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모든 구성원들이 장부(block)를 만들고, 그 만들어진 장부들 중에서 구성원 대다수가 옳다고(정확하다고) 인정한 장부만을 서로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은행 없이도 부정 거래를 막겠다는 것이 비트코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한 가지 목표입니다.
여기서는 체인(chain)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장부는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시체인(hash chain)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장부를 사슬을 엮듯 연결합니다. 이럴 경우 장부가 만들어진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장부가 만들어진 순서는 알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블록이 다른 블록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이지?’를 알 수 있다는 의미)
PoW(Proof of Work, 작업증명) 합의 알고리즘
장부를 만드는 일이 시간과 노력을 소모시키는 일인 만큼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 장부를 자발적으로 만들도록 유도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사토시 나카모토는 ‘보상(reward)’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즉, ‘대다수가 옳다고 인정한‘ 장부를 ‘최초‘로 만든 구성원(이러한 행위를 ‘채굴(mining)’이라고 합니다. Bitcoin 채굴은 거래를 검증하여, 일정한 거래의 합에 해당하는 ‘블록’을 생성하고, 이를 장부(public ledger)에 추가하는 절차를 의미합니다.)에게 일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지급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가 불가능하다”라고들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PoW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방식은 이미 이전에 스팸메일 차단 용도로 만들어진 기술을 사카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에 적용한 것입니다.
하나의 장부를 만들려면 매번 암호학적으로 어려운 문제(crypto puzzle)를 하나씩 풀도록 하여 시간이 걸리게 만드는 것인데요, 이것은 한 사람이 여러 ID로 장부를 만드는 것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 채굴꾼이 생기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의 전체 채굴자 중 80%가 중국에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처음 설계처럼 중앙에서 통화량 조절이 가능한 빅브라더가 없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비트코인이지만, 장부를 만드는 세력이 중앙화되어 결과를 조작하거나 통화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력이 나타나는 역설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에, PoW가 아닌 다른 합의 메커니즘(PoS 등)이 활발히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합의 알고리즘
PoS는 컴퓨팅 파워 낭비가 아닌 자신이 가진 ‘지분 또는 몫(Stake)’을 통해 블록을 생성합니다. 그런데, 특정 주체가 보유한 지분을 기준으로 블록을 생성하게 하는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체가 항상 다음 블록을 생성하는 소위 ‘항구적 우위(permanent advantage)’를 갖게 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PoS는 블록생성자가 가지고 있는 지분과, 그 지분을 보유한 기간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즉, 많은 지분을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는 주체라면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것이며, 따라서 생성되는 블록에 대한 검증을 충성도 높은 참가자에게 맡기는 경우 안정적인 거래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PoS를 적용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1) 마이닝을 수행하기 위한 비싼(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다.
2) PoW에 비해 적은 전기로 네트워크가 운영될 수 있다.
3) 거래 검증에 보다 ‘충성스러운’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
4) 신속한 거래 검증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은 1000개가 넘은 코인의 종류가 있는 것처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중 많이 사용되는 합의 알고리즘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이더리움(Ethereum)
이더리움이란 러시아 출신의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2015년에 개발하여 공개한 가상화폐의 한 종류입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암호화폐에 다양한 기능을 부가적으로 제공합니다. 그 기능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입니다.
스마트 계약은 사용자간 계약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계약을 집행하거나 신뢰를 제공할 제3자가 없이도 다양한 계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앱(DAPP, 분산 애플리케이션)
이더리움에 내장된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계약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게임, 커뮤니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디앱(DAPP, 분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크립토키티즈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게임으로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유전자 원리까지 적용해 전 세계에 하나뿐인 디지털 고양이라는 점을 특징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채굴이나 거래가 아닌 게임으로 코인을 획득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김승주 교수의 강연자료와 블록체인 동영상은 아래 사이트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 사례
블록체인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아무 때나 열어서 볼 수 있지만 아무나 조작할 수는 없는 거래장부입니다. 지금부터는 금융 시스템 외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verledger – 다이아몬드 등 고가품에 대한 진품, 위조품, 도난품 판별 시스템
Everledger는 상품에 대한 이력 검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로 다이아몬드, 시계, 명품가방, 예술품 등 고가 귀중품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진품 및 위조품 여부를 판별하고, 도난품은 아닌지 소유자 증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위하여 물건의 물리적 속성을 디지털화하여 디지털 지문을 만들고 이를 소유자 정보와 묶어 블록체인에 저장합니다. 이렇게 물건이 블록체인에 등록되면 절도에 대한 동기가 줄어들고, 보험 사기에 대한 수사, 분실/도난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후 보험사의 소유권 행사 등 보험사의 손해가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Slock.It – 무엇이든 빌리고 팔고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자물쇠
Slock.It은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그리고 IoT를 결합하여 잠글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남에게 빌려주고, 그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자물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물건을 빌려주는 행위는 제3자의 개입 없이 물건의 소유자가 정한 스마트 계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 한 달 간 자신의 집이 비어 있게 될 예정입니다. 그럼 이 사람은 자신의 집에 설치되어 있는 도어록의 접근 권한과 보증금, 비용 등의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리는데요, 이후 조건을 검토하고 동의하는 신청자는 일정 금액의 사용료와 보증금을 내면 자동으로 도어록에 대한 접근 권한을 획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비어 있는 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자산의 소유자는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신청자는 필요한 자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방식으로 공유경제가 작동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달 간의 사용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보증금은 신청자에게 돌아가며 도어록의 접근 권한은 본 소유자에게 다시 귀속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서 중간 매개 없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Stampery – 공증인이 필요 없는 문서 공증 서비스
Stampery는 문서 공증, 즉 어떤 문서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내용의 변조 없이 원본 그대로의 상태임을 보증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문서를 블록체인에 올려둠으로써 문서를 인쇄해서 공증인을 만나러 다니는 번거로움과 비용 문제를 해소해주는 것인데요, 사용자는 공증이 필요한 문서를 간단히 자신의 Stampery 이메일 주소로 첨부해서 보내거나 Stampery 웹사이트를 통해 업로드하면 됩니다. 또한 다른 디지털 공증 회사들과는 달리 Stampery를 통해 공증한 문서는 블록체인에 영구 보관되므로 Stampery가 망해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한 해당 문서의 존재, 소유, 동일성 증명은 계속 가능하다고 합니다.
나아가며
중앙의 통제를 벗어난 화폐 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에 존재하였던 기술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활용하고 블록체인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합의 알고리즘이 발전되는 것을 보면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지만,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집중하면 수많은 문제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검토하고, 블록체인 알고리즘의 이해와 연구부터 시작하여 개발을 해야 한다는 김승주 교수의 강연 맺음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네이버도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에 발맞춰 나갈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우선 생각하고, 이와 동시에 편리하고 안전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연구에 집중하겠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을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